아테네[Athens] Democratic Heritage

아테네 공항 주변에는
'여기서부터가 유럽'이라고 느낄만한 멋진 산이 있다.
중동의 바위산과는 전혀 다른 느낌. 버스 창으로 내다보며
서둘러 공항을 떠난 것을 후회했다. 
사실 낯선 나라 첫 공항에서 여유를 찾기는 쉽지 않겠다.


이때쯤부터 바게뜨와 깨빵(?)이 주식이 되었다.

공항에서 잠시 짐을 잃어버렸다. 난 당황하면 영어가 더 잘나온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소비자의 입장이 되자 더 그랬는지도. 




둘째날 호스텔에서 만난 마쓰시와 호주에서 온 제리(기억이 가물가물?)
둘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밤새도록 스카이다이빙 스노우보드 레이싱 이런 얘기만 했다.
술집이 문을 닫자 길바닥에 앉아서까지 고전 일본레이싱카에 열폭해서 그냥 혼자 들어갔다.









아크로 폴리스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시. 빨간 지붕은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근처.
저 멀리 평범한 건물들은 다운타운. 









반갑다. 오랜만에 수세식 화장실을 만났다. 그런데 엉덩이를 어디에 깔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거의 대부분의 큰 도로에 트램이 다닌다. 하여 하늘은 전깃줄로 어지럽다.









웃긴 신발을 신고 있는 근위병. 교대식도 한다.
이를 구경하는 관광객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광장에 즐비하니 조심.









맞다. 그리스 정교회 유명하다. 러시아 세르비아 그리스. 악기 같은게 안보이는 게 신기하다.









정녕 아테네는 고대유적부터 교회까지 깡그리 공사중인가.




시장 풍경.









티셔츠 문구.









길거리 어디를 돌아다녀도 이렇게 아크로 폴리스가 올려다 보인다.









동유럽이 다그렇지만 유독 그리스에는 낙서나 그림이 많다. 이것도 그래피티에 포함되는건가.
이따금씩은 메시지가 담긴 작품도 보았지만 대부분은 이해불가능.
예술적 소양을 길러둬야겠다.









리카비토스(Lykavittos) 언덕. 가이드북에는 산이라고 나오고, 지도에는 언덕이라고 적혀있다.
해질녁이 되어 공기가 시원해지면 한번 올라가봐도 좋을 장소. 오래된 교회도 있고, 아테네가 한눈에 다 내다 보인다. 














우측 위에 아크로 폴리스가 보인다.














동네 골목길에 트랙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를 개뿔도 모르는 나는 자연스레 올림픽과 마라톤이 떠오른다.









관광도시다 보니 잘 꾸며놓은 레스토랑과 커피샵이 많다.









시내에 있는 조그만 공원. 아테네는 수도답게 높은 건물도 많고, 차도 많다.
도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는데는 공원만한 곳이 없지.














무슨 공연을 봤는데.




피레우스 지하철 역.









아테네는 지하철이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꽤 깨끗하다. 단점을 꼽자면 아래사진처럼 개찰구가 허술해서
무임승차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어렵다는 점. 주요 역이 아니면 지켜보는 이도 없더라.




거리의 악사들. 추리해보이는 악기와 의상으로 연주수준을 재단해서는 안된다.









아테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 공산주의자들의 행렬. 이날 티비에도 보여줬던 집회의 일부.
한국에서는 죽었다깨나도 볼수없는 자유에 깜짝놀라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에 약간은 실망하고,
시민이 아닌 시위자들을 보호해주는 경찰에는 감동했다.
결국 이날은 하루종일 이들을 따라다녔다. 빈민과 노인을 돌아보라는 이들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가슴이 뜨거워진 나는 빨갱이인가.
국가의 전통이라는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화라는 걸 깨달았다. 

시민들의 '지긋지긋한 꼬뮤니스트들'이라는 반응은 좀 별로였다.














TV를 보는 행위가 한국에서는 대화의 단절과 저렴하고 수준낮은 취미생활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여행지에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흐름이 지금 이곳을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같은건 텔레비전이 다 무너뜨린다. 신문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




어느날 오전. 티비를 틀었더니, 각종 채널에서 신기한 형태의 토론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한가지 정치적 사안이나, 그와 관련된 뉴스기사를 읽어주면 그 자리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름 밑에 자막이 있던 걸로 미루어 정당의 일원이거나, 경제인, 사회활동가)이
 싸운다. 말그대로 싸운다. 때로는 소리도 질러가며 얼굴도 지푸리며 토론을 벌인다.
이게 거북하지 않고 멋지게 보였다면 오버한건가.

그리스에 있는 동안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수도 없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날이 올까.




올림피아코스의 홈구장. 챔스 본선에도 자주나가고, 멜베리, 더비셔, 그전에는 히바우두도 뛰었던 그리스의 명문.




아테네와 인접해 있는 피레우스. 피레우스는 항구도시다. 지중해의 여러 섬과 타국가로 가는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저 파란 배를 타고 미코노스로.




그리스는 유럽의 시작이다. 지리상으론 동유럽에 속한다고 볼수도 있지만, 물가는 그렇지 않다.
아래보이는 깨빵이 그리스 체류내내 주식이었다.
1유로 정도면 참치캔2개 사이즈의 샐러드 드레싱을 살수 있는데,
 아무리 미각에 둔감한 나라도 빵만 먹기엔 지겨워서 드레싱으로 살짝 위장해서 위에 넣어줬다.

나중에 가게 앞에서 구경을 했더니, 홈리스처럼 보이는 분들께서 저 깨빵을 자주 이용해주시더라.




아테네 호스텔. 한방에서 생활했던 슬로베니아 친구들. 이들이 미코노스가 아닌 칼림노스(Kalymnos)에 가자고 졸라댔다.
알고보니 이 친구들은 류블랴나에서 유명한 암벽등반 클랜의 선수들. 맨 왼쪽 친구는 국가대표출신이란다.
이번에는 대회가 아니라 친구들끼리 재미로 가는거라고. 갑자기 혹해서 계획을 바꾸려는 찰나,
이들이 보여준 칼림노스의 등반코스에 질려버렸다. 초보자라도 자기들이 로프를 걸어주면 괜찮다고 했지만
무시무시한 절벽 사진들에 깔끔하게 미련을 접었다. 


아테네 중심가에서 멀지 않으면서 저렴한 숙소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이곳.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컴퓨터도 사용가능하고, 침대시트도 깨끗했다. 짐도 맡아주고, 친절했다.
리셉션을 맡은 놈이 손님없을때마다 야동을 보고 있는게 좀 수상했는데.
어쨋든 저렴했으니.

그런데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들어온 어느날 밤. 갑자기 요란한 경찰 사이렌이 울려댔다.
뭔가 싶어 창밖을 내대 봤더니 아주 간소한 투피스의 가죽옷을 입은 거리의 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들은 도와달라며 내방 문을 두드렸다.

창밖을 다시 내다보니 몇몇은 도망가다가 경찰에 잡혀가고 심지어 물리적 진압도 이어졌다.
부끄럽게도 나는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나중에는 문밖에서 나를 욕하는게 느껴졌다. 이들도 곧 경찰에 연행되었다.

직업여성이 아닌 일반인이었으면 내가 도움을 주었을까.
어쨋든 나는 아직 멀었다.

다음날 아침 호스텔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밤새 부서지고 망가진 물건과 간판들이 보인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차이나 타운이고, 흑인과 중국인들만 보인다. 여기가 아테네의 할렘이고나.
여기서 놀다간 아무래도 큰일 나겠다 싶어서 다른 곳으로 호스텔을 옮겼다.
싼 건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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