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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8 드라가나[Dragana] Stranger 1

드라가나[Dragana] Stranger

늦은밤 베오그라드에서 출발한 버스는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잘도 달렸다.
아. 그렇다. 집집마다 불켜진 곳이 별로 없다. 세르비아에서 전기랑 수도 끊으며 협박한다던데 사실인가.
혹시라도 코소보에 들어가지 못할까봐 겁도 났다. 캄캄한 시골길을 쉬지 않고 달려
검문소에 도착했다. 역시 버스에 타고 있는 외국인은 나 혼자. 내려서 어렵게 설명했는데도
여권을 돌려주지 않는다. 버스에 가서 또 기다리다보니 북조선인지 남조선인지 묻는다.
좀 있으니 가방도 뒤진다. 버스 같이 탄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결국 다른 승객들이 불만을 터뜨렸고, 국경(?)의 KFOR이 한마디 남긴다

'Be careful'
좀 무서워졌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자 한 마을에 당도했다. 저 멀리 만년설도 보이네.



염통이 쪼그라든 본인은 버스에서 눈치만 보다 종점까지 가고만다. 그렇게 온 곳이 드라가나 Dragana(혹 다른 표지판은 Dragona)



정말 차도 몇대 안다니는 깡 시골. 느낌상 알바니아로 넘어가는 산길 근처의 산촌인듯.
오가는 산길의 드라이브는 나쁘지 않았다. 길을 잃고 목적지를 잃은 당혹감을 가라앉힐 정도.



새벽에 내가 타고 온 버스. 이 버스가 오후에나 다시 세르비아로 간단다. 이런 완전 시골에 와버렸네.



산꼭대기서 골짜기 따라 눈이 남아있다. 이 곳도 햇볕은 따갑지만 시원한편.



유럽에 와서 모스크를 보니 신기하긴 했다.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스쿨버스 두대가 지나가고 일순간 동물원의 원숭이 역할을 해야했다. 손 같이 흔들어주고,
어디선가 재키찬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씩 웃어주고. 아 뭔가 이게. 그래도 젊은이들이 밝군. 







동양인이 촌동네와서 헤매고 있으니 안쓰러웠는지 경찰이 다가왔다. 그리곤 난데 없이 여권을 달랜다. 그래서 줬더니
영어를 못읽는다(?)며 어디에서 왔냐고(!)
영어도 거기가 끝. 그후 자기가 커피 사주겠다고 데려갔다.
우리의 대화는
!@#@#%!%$% 커피? #$!@$@%$!% "
 "오케이"
역시 영어 잘못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그리고 사람도 좋다(착각인가)



그러더니 밥먹으러 가잔다. 근데 자기들은 안시킨다. 비싸다는 듯 보였다. 세르비아 욕을 엄청해대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물가 비싼게 그들때문은 아니련만. 미국,유럽 욕은 내가 한국어로 해주고,
 관심있어 하길래 한국말로 인사도 가르쳐줬다.
여기에 또다른 한국인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코소보의 첫인상은 따뜻했지만, 조금씩 그들의 생활을 알아가고, 이곳의 티비를 보며 마음이 어려워졌다.
말도 안되게 많은 영화채널 성인채널. 그리고 뉴스 속의 시위.
불현듯 우리나라가 생각난다. 미국 밑에 기생한다고 착각하지만 알고보면 난도질 당하는 불쌍한 나라국민들도.

여기도 국경이 생기면 좋겠는데, 대신 딴나라 분들은 나가주시면 안될까. 
예전부터 자주하던 생각.
왜 남들처럼 똑같은 출발선, 0점, 밑바닥에서 시작할 수 없는걸까.
한참 뒤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끌려, 혹은 부속되는 걸 견디어야 할까. 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이런 상황을 나와 이들에게 주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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