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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6 벨리코투르노보[Veliko Tarnovo] Ideal 1

벨리코투르노보[Veliko Tarnovo] Ideal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동유럽의 시골마을.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점까지 완벽하게 좋았던 불가리아 관광1번지.
고대국가의 수도이고, 지금은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도시라는데, 그런건 모르겠고.


'고즈넉하다'라는 한국말이 한국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기차역. 주변엔 산과 강밖에 없다. 역사가 제법 신식건물이다.
삐끼들이 상냥하다(?) 삐끼는 물론 매표소 직원도 영어가 안된다. 환상적!
소피아에서 오려면 이름모를 기차역에서 갈아타야 하고,
철창이 쳐져 있는, 갑자기 30년은 후져진 듯한 객차에서 몸을 덜컹거리고 있다보면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나오고,  조그만 산 아래 터널을 뚫고 나오면 바로 이곳에 이른다. 




소피아 기차역에서 해매고 있었다. 정말이지 알수 없는 열차안내표. 걔네 영어랑 내영어는 도무지 만나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올라가는 아줌마를 발견.
어차피 기차도 못찾는데 짐이나 들어주기로. 
그러자, 방금 전까지 얼음처럼 냉랭했던 불가리아인의 기상은 어디가고
십년만에 만난 고향총각보듯이 날 보듬어줌. 게다가 영어도 수준급. 
그녀의 이름은 빼빠(Pepay).

벨리코타르노보 라고 발음했더니 투르노보 라고 교정해주고,
자신이 가는 방향이 비슷하니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사과도 건네고 물도 주고,
자리도 맡아줬다. 내가 구입한 표는 자리가 애매했고, 사실 불가리아 기차에 지정석따위 찾기 힘들다는데.

그녀는 모로코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며 고국에 돈을 보내며 살았으며(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나리오)
그러다 혼기를 놓쳐 결혼을 못했고 주말을 맞아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중이란다.
불가리아에 일자리가 없어 젊은 사람들을 해외로 팔아먹는 정부 욕부터 시작한 그녀의 수다는 4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다. 에어컨은 커녕 창문도 열리지 않는 기차에서 땀과 그녀의 침에 질려 죽을뻔.
다시 보고 싶은 빼빠. 이메일을 잘못적어줘서 연락이 안 된다.
맞다. 같은 칸에 탔던 왠 아저씨가 듣보잡 동양인(본인)에게 자리를 빼앗으려 하자
 현란한 욕을 구사해 아저씨를 도망가게 만든 감사한 기억도. 














내가 묵었던 민박. 3층에 널려있는 보이는 내 빨래.
몇주동안 박아둔 빨래감을 꺼낼 여유를 찾았다.




마을의 전경.
























마을 한 가운데 공원에서 민속춤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었다.
티비에서나 보던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신기.
뻔뻔하게 예쁜 아가씨들에게 말도 걸어보지만,
내 영어가 이상한지 못알아 듣더라.












































공연은 거의 하루종일 계속되었고, 동네 잔치나 학예회 처럼 공연이 끝난뒤 맛있는거 먹으러 식당으로 가더라는.




벨리코투르노보 성. 햇볕이 따가웠지만 성을 둘러싼 녹음과 중세 냄새는 백팩커의 종아리 힘을 더해준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듯한 뒷길로 가니 강아지들이 있었다. 엄마개가 좀 난폭해보여서 적당히 보고 피신.



















성 뒷편의 조그만 숲.




지붕이 무너진 건물은 뭘까. 물어볼데가 없다.



















성모승천교회던가. 하여튼 요상한 이름의 교회에 방명록이 있길래.
교회 내부의 벽화는 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멋지다.(아 이런 부끄러운 표현밖에 없단말인가)
컬트적이랄까. 














성벽아래 우스꽝스러운 갑옷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돈내라고 해서 멀찌감치서 찍음.




표지판이 재미나다. 아이는 어른과 함께 뛰어라.









어릴적 우리동네에서 본 거 같은 오래된 집들.




론니플래닛 사진 따라해보기.




색깔칠해진 저건물들 의미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메모를 습관화하자.




박물관 내부. 무료이고, 은근히 신기하고 오래된 물건이 많다.




중앙공원 탑의 동상에 펩시를 꽂다. 뭔가 예술스럽다.




불가리아에서 특히 많이 본 벽보인데, 장례식인지, 모임광고인지, 구인인지, 혹은 셋다거나.














마을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멋진 가로수길.
물론 조금 더가면 인도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 땡볕 찻길도 걸어야. 




돌아오는 기차는 창문이 열렸다. 신나서 창밖구경하다보니 금새 소피아로.
조그만 산을 넘을때마다 햇볕이 나거나 빗방울이 내리거나 하는데
즐거웠고 시원했다. 창밖의 풍경들 역시 말로 설명할수 없다. 5시간 가까이 기차를 탔지만 잠시도 잠들 수 없었다.




달리는 기차위에서 한 바위산을 찍었는데 왠 별표 박힌 건물이다. 군사기지인듯.
공산주의 색깔남아 있나. 흰별은 뭔지.

초라한 행색의 아시안 가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이집트에서처럼 기분나쁜 그것은 아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설명해주고 도와주려는 눈빛? 아무튼 이런 거에 감동했고,

벨리코타르노보에서 머무른 시간만큼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의 시간도 상쾌했다.
에어컨의 찬바람보다는 창문밖에서 들어오는 뜨끈한 쌩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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