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08 드라가나[Dragana] Stranger 1
  2. 2009.07.07 프리즈렌[Prizren] Unfinished 1
  3. 2009.07.06 프리슈티나[Prishtina] Fake Peace 1

드라가나[Dragana] Stranger

늦은밤 베오그라드에서 출발한 버스는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잘도 달렸다.
아. 그렇다. 집집마다 불켜진 곳이 별로 없다. 세르비아에서 전기랑 수도 끊으며 협박한다던데 사실인가.
혹시라도 코소보에 들어가지 못할까봐 겁도 났다. 캄캄한 시골길을 쉬지 않고 달려
검문소에 도착했다. 역시 버스에 타고 있는 외국인은 나 혼자. 내려서 어렵게 설명했는데도
여권을 돌려주지 않는다. 버스에 가서 또 기다리다보니 북조선인지 남조선인지 묻는다.
좀 있으니 가방도 뒤진다. 버스 같이 탄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결국 다른 승객들이 불만을 터뜨렸고, 국경(?)의 KFOR이 한마디 남긴다

'Be careful'
좀 무서워졌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자 한 마을에 당도했다. 저 멀리 만년설도 보이네.



염통이 쪼그라든 본인은 버스에서 눈치만 보다 종점까지 가고만다. 그렇게 온 곳이 드라가나 Dragana(혹 다른 표지판은 Dragona)



정말 차도 몇대 안다니는 깡 시골. 느낌상 알바니아로 넘어가는 산길 근처의 산촌인듯.
오가는 산길의 드라이브는 나쁘지 않았다. 길을 잃고 목적지를 잃은 당혹감을 가라앉힐 정도.



새벽에 내가 타고 온 버스. 이 버스가 오후에나 다시 세르비아로 간단다. 이런 완전 시골에 와버렸네.



산꼭대기서 골짜기 따라 눈이 남아있다. 이 곳도 햇볕은 따갑지만 시원한편.



유럽에 와서 모스크를 보니 신기하긴 했다.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스쿨버스 두대가 지나가고 일순간 동물원의 원숭이 역할을 해야했다. 손 같이 흔들어주고,
어디선가 재키찬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씩 웃어주고. 아 뭔가 이게. 그래도 젊은이들이 밝군. 







동양인이 촌동네와서 헤매고 있으니 안쓰러웠는지 경찰이 다가왔다. 그리곤 난데 없이 여권을 달랜다. 그래서 줬더니
영어를 못읽는다(?)며 어디에서 왔냐고(!)
영어도 거기가 끝. 그후 자기가 커피 사주겠다고 데려갔다.
우리의 대화는
!@#@#%!%$% 커피? #$!@$@%$!% "
 "오케이"
역시 영어 잘못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그리고 사람도 좋다(착각인가)



그러더니 밥먹으러 가잔다. 근데 자기들은 안시킨다. 비싸다는 듯 보였다. 세르비아 욕을 엄청해대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물가 비싼게 그들때문은 아니련만. 미국,유럽 욕은 내가 한국어로 해주고,
 관심있어 하길래 한국말로 인사도 가르쳐줬다.
여기에 또다른 한국인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코소보의 첫인상은 따뜻했지만, 조금씩 그들의 생활을 알아가고, 이곳의 티비를 보며 마음이 어려워졌다.
말도 안되게 많은 영화채널 성인채널. 그리고 뉴스 속의 시위.
불현듯 우리나라가 생각난다. 미국 밑에 기생한다고 착각하지만 알고보면 난도질 당하는 불쌍한 나라국민들도.

여기도 국경이 생기면 좋겠는데, 대신 딴나라 분들은 나가주시면 안될까. 
예전부터 자주하던 생각.
왜 남들처럼 똑같은 출발선, 0점, 밑바닥에서 시작할 수 없는걸까.
한참 뒤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끌려, 혹은 부속되는 걸 견디어야 할까. 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이런 상황을 나와 이들에게 주는건가.

프리즈렌[Prizren] Unfinished

여기가 그 슬라브 민족의 성지인가. 세르비아인들이 자주 그랬다.
코소보는 자신들 선조의 땅이라고,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고.
그런 땅에서 genocide는 왠말인가. 역사와 종교 인종 따위 팔아서 얻고자 하는게 뭘까.
미친듯 아름다운 프리즈런과 주변 산들의 풍경에 눈부셔하다가도. 성인인구의 70%가 실업자인 말도 안되는 나라 형편을 못보고 지나치지 않기를.
이곳이 불과 십년 전 있었던 끔찍한 살육의 현장임을 망각하지 말기를.





협상은 필요없다. 독립을!















교회 건물은 전부 출입금지다. 부서져있거나,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거나.






























평화스러워 보이는 전경. 그러나 산 밑의 가옥들은 전쟁때 폭탄 맞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몇몇교회는 평화유지군의 주둔지가 되기도 한다. 가까이 가서 말좀 걸어보려했더니 총구 들이밀면서 저리 가란다.
지들이 설마 쏘겠어?











사실 크지 않은 도시라 눈에 보이는 게 도시의 전부다. 한두시간이면 크게 한바퀴 돌수 있을 만한.










모스타르가 연상되는 풍경이다. 비교적 잘지내는 그들과 달리, 이곳의 교회는 대부분 못쓰게 되어 있다.
물론 모스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인종이나 전통보다, 사실은 종교가 이들 다툼의 원인이 되지 않나 짐작해 본다.










아직 복구되지 않은 가옥들. 근처에 포탄이나 지뢰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써있는데, 그런게 있을거 같아 보이진 않았다.
사진찍는 위치의 언덕은 뭐랄까. 커플들의 데이트 명소였다. 수풀사이사이에서 애정행각들이 벌어지고 있다.

























클린턴 레스토랑이라니!















프리즈런 버스터미널. 처음 도착했을때 못찾아서 많이 해맸다. 버스기사는 영어를 못하고, 터미널엔 프리즈런이라는 표지판 따위 없고,
순전히 느낌으로 '여기겠구나' 하고 내려야 했다. 





프리즈런과 프리슈티나를 잇는 이 나라의 가장 번화한 도로인듯. 확장을 위한 공사가 한창.





터키스타일과 동유럽스타일의 적절한 믹스. 맛은 별로.






소가 걸어다니는 도로라니.


내 나라 밖의 전쟁이라고 해봤자 그저 그런 슬픈 감상에 빠질만한 것일뿐이었지만,
그 땅을 밟음으로써 그들에게 일어났던 어둠과 피의 그림자를 엿보게 된다.

가장 최근의 전쟁, 아. 이라크전쟁도 있었군,
어쨋든 대학에 다니며, 외신을 통해 '사람이 죽고있군'하고 짧게 지나쳤던 과거가 부끄럽다.
전쟁땐 나토가 4만명 세르비아가 3만명 죽였다는데, 역시나 대부분이 민간인 희생자다.
그렇지. 전쟁이라는 말보다는 '인종청소'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던가.
누가 고안해낸 단어인지 참.

'크로아티아도, 보스니아의 무슬림들도 우리를, 또 서로 살육하지 않았는가' 하고 세르비안들이 말하는 건.
우리가 이 땅에 살며 합리화하는 사소한 것들과 어느만큼 닿아 있나.

프리슈티나[Prishtina] Fake Peace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 이유없이 조용한 도시다. 그리고 씁쓸한 장소다.
TV를 틀면 매일 같이 집회가 있다고 해서 나가보면 금새 끝나버리고,
다른 지역에서의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안의 무력충돌 장면은 여과없이 TV로 보여주면서
이 큰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다. 머무른 시간이 짧아서일까. 일주일이란 시간은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TV는 그렇게도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간다 비춰주고, 도시는 휑하다.

UNMIK 뒷담장.
아마도 U.N mission in Kosovo 였던듯. 동네 버스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유엔차량이 도시를 활보한다.




수퍼마켓을 일층에 둔 세속화된(?) 모스크와 이리저리 걸친 전깃줄이
한국의 그 많은 상가 교회들을 연상시킨다.



도시를 돌아다니면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러브 유에스에이 포스터. 정말 사랑하나.















2.3유로의 식사시간. 오랜만에 큰돈들여 먹다. 이렇게 비싼걸 현지인들은 어떻게 먹는걸까.
어딜봐도 공장이나 회사건물은 보이지않는데.그렇다고 농사 짓는 땅도 눈에 띄지 않고...
말도 안되는 물가.
그럼에도... 프리슈티나는 정말 심심해서 먹을거라도 챙겨먹어야한다.







공원에서 꼬마들 삥뜯는 일진들을 발견했다. 이건 뭐. 딱 우리의 전철을 밟는건가.







약간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동양적인 기왓장이 반갑다







코소보 박물관. 정말 개뿔 아무것도 없다. 수백년된 조각과 사료뿐. 근대와 현대를 설명해줄 수 있는 어떤 것도 찾지 못했다.
그렇지. 세르비아 사람들이 다 가져갔겠지...







응? 총은 가져오지 말라고? 총기 휴대하는 사람이 많은건가?



간혹 이렇게 큰 트럭들이 있는 걸로 봐서 중공업단지가 있는듯하기도 하고. 사진찍어달라며 포즈를 잡는 아저씨.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 죽은 이들의 영정이 코소보 종합청사 벽에 여전히 붙어있다. 조용히 묵념하고 지나가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











광장에서 스트릿 바스켓볼 리그를 벌이고 있다. 아무나 다 덩크를 꽂아넣더라는.







뒷편에는 스태이디움이 있고 1층에는 쇼핑센터 2층에도 뭔 센터.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같은곳.
뉴 본 이란 말은 좋은데 말이지.







시내를 약간 벗어난 주거지역. 녹지도 많고, 깨끗하다? 아.계속 뭔가 이상하다.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 위치를 몰라 물었더니 '프로페서 집'이라고 하면 택시기사가 태워준다고 했다.
물론 영어로 대화했기때문에 정확하지 않고, 택시가 타기 싫어 두시간 여를 걸어 해매다 발견했다. 너무 더운 날이어서 첫날은 씻고 잤다.






세르비아에서 사온 까르보나라. 라면이 먹고 싶어서 이걸로 때우기도. 근데 은근히 맛나다.



가끔은 소스대신 고추장으로 비벼먹어도 별미.



쌀은 어디에든 파니 밥도 해먹고. 아..프리슈티나 얼마나 할 게 없었으면 밥을 이렇게 해먹었을까.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자기네 집이 가장 저렴한 숙소라고 자랑하고 있다.
사실이긴 하다 -_-;;



도시 초입의 아파트촌.



빌 클린턴이 뭐 어쩌라고. 프리슈티나의 명물 '빌 클린턴 도로' 근처.



"Dude, it is done!" 라는 뜻이란다. 코소보 내전이후 독립을 바라는 이들의 슬로건. 발음 좀 알아올 걸 그랬다.
위의 얼굴은 전쟁 당시의 전설적인 장군(Adem Jashari)이라고.
저 모양을 한 티셔츠를 길거리에서 판매했는데, 품질이 도무지 사고싶지 않은 수준.


아직 여권에 흔적이 남지 않는 나라 코소보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는 듯 보인 중국인 1명을 제외하곤 동양인 구경조차 못했다. 그땐 왜그런지도 몰랐고, 쪽팔려야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코소보를 떠나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들었던 안타깝고 먹먹한 마음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재미없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자면,
아직까진 발칸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와
카스피해의 자원을 결코양보하지 않으려는 깡패국가 미국,
 그리고 돈으로 평화를 사고파는 EU들의 놀이터가 여기.

사실 클린턴의 '인도주의'나 부시의 '침략'이나 당하는 이들 입장에선 다를 바 없다.
푸틴은 코소보의 마피아와 마약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누가 있을까.

미국은 왜 유독 코소보의 독립만을 지지할까. 팔레스타인은? 쿠르드족은? 티벳은?
쪽팔리게도 내 모국은 미국눈치를 보고 이들의 독립을 인정했다.
그들 덕분에 난 안전을 보장받은 여행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좋다. 2008년 2월 17일(코소보 독립선언)은 특별한 날이라고 해두자. 

그럼 이제 묻자. 내 나라는,
 돈과 이권을 넘어 소수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나.
앞으로는 그런 맥락에서 신선한 결단을 내린건가. 코소보의 경우도 그런건가.

독립1주년이 지난 얼마 전. KFOR와 EUMIK가 점차적으로 철수할 계획을 밝혔다.
얼핏 지나가며. 이제부터라도 평화와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펼쳐질 이땅에
내기 좋아하는 부자들의 체스놀음 따위 일어나지 않기를.
prev 1 next